낚시줄에 걸린 돌고래 ‘종달이’를 아세요?

여러분, 제주에서 돌고래 본 적 있으세요? 저는 2024년 여름, 서귀포에서 동료들과 높이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봤습니다. 해양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요. 바다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구조활동의 뒷이야기를 알고 나니 돌고래의 행복만을 바라게 되었어요. 제주에 사는 돌고래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바다로 출동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

2024년에는 ‘종달이’라는 아기 남방큰돌고래가 낚시줄에 걸려 힘겹게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핫핑크돌핀스가 여러차례 구조작업을 진행한 끝에 2024년 8월 몸통에 얽힌 낚시줄을 일부 끊어냈습니다. 등이 펴지고, 움직임도 나아졌죠. 엄마 돌고래와 쭉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는데 얼마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공동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다시 연락을 드렸죠. 

“종달이의 경우 몸에 감겨있던 것을 일부 끊어냈을뿐 아직 낚싯줄과 낚시바늘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돌고래들만큼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치지 못했죠. 2024년 겨울에서 2025년 봄 사이에 제주 바다의 수온이 내려가며 종달이 몸에 남은 낚싯줄에 해조류가 더 많이 달라붙었고, 종달이의 움직임에 더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구조하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내용을 읽으면서 ‘아니, 배를 타고 나가서 직접 그물을 끊어주면 되는거 아닐까?’ 생각하셨나요? 조약골 공동대표에 따르면 돌고래는 그물이나 낚시줄에 걸려서 운동능력을 잃은 상태로 구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종달이는 운동능력이 있고, 살아있었기에 구조가 쉽지 않았습니다.

“2025년 3월초부터는 종달이의 상태가 뚜렷이 악화됐습니다. 3월 9일에 해양수산부에 종달이 몸에 남아 있는 폐낚시도구를 완전하게 제거하기 위한 포획과 구조를 요청하였습니다. 3월 24일 해수부 주최로 종달이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개최되었으나 ‘당장 종달이 구조가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일부의 의견에 따라 종달이 구조는 기약없이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종달이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었으나 아직 운동성이 남아 있었기에 즉각적인 구조는 또 다시 미뤄진 것입니다.

4월 7일, 종달이 해상구조훈련 및 모니터링, 해상 쓰레기 수거 병행(ⓒ핫핑크돌핀스, 돌핀맨)

2025년 4월 제주돌고래 긴급구조단은 종달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구조 훈련을 했습니다. 바닷속에 잠수해 수중 폐낚시도구들을 수거하기도 했죠. 안타깝게도 5월 14일 종달이가 더 많은 낚싯줄에 칭칭 감긴 채 해상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으로 발견됐어요. 바로 옆에는 엄마 돌고래 김리가 있었습니다. 즉각적으로 제주돌고래 긴급구조단이 전원 소집되었으며 해양수산부에 구조하겠다고 통지하였고, 승인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종달이 구조를 위한 선박을 임대했습니다. 종달이 구조를 위해 필수 인력이었던 아쿠아리스트들도 모이기로 했죠. 육지에서 해양동물 수의사도 긴급하게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든 준비를 마치고 5월 15일 이른 아침 종달이 구조를 위해 선박 2척, 자동차 3대, 구조 인력 총 15명이 모여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낚싯줄을 끊는 수준이 아니라, 종달이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수의학적 처치에도 신경을 써서 낚싯줄과 낚시바늘의 완전한 제거, 상처 치료, 항생제 투여 등 다각도로 준비했습니다. 주변에 머물고 있을 엄마 김리와 종달이가 너무 오래 떨어지지 않도록 이 모든 구조 과정을 10분 이내에서 마치도록 구조 계획을 짰습니다. 그러나 마음아프게도 구조단이 종달이를 본 것은 5월 14일 저녁이 마지막이었습니다. 5월 15일 날이 밝은 뒤부터 현재까지 제주 바다에서 종달이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것들에 맞서

영상 속 종달이의 마지막 모습은 고통스러워보입니다. 꼬리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고 같은 자리를 멤돌고 있어요. 바닷 속에서 헤엄치며 살아야 할 돌고래가 상처입고 옴짝달싹 못한다는건, 먹이를 사냥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종달이 역시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건 낚시줄과 같은 쓰레기만은 아닙니다. 선박관광으로 돌고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에 부딪혀 상처를 입거나 지느러미가 잘려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자주 보고 환호하는 돌고래들의 점프도, 돌고래들이 선박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에 몸을 부딪혀서 최대한 진동을 만드는거죠.

연안에서 보다가 돌고래가 점프를 한다 그러면 좀 이따 보세요. 한 10분 후 관광 선박들이 옵니다. 예를 들면 여기에서 모슬포가 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항구에서 나올 때부터 이미 물 속에서 전달된 진동과 소리를 통해서 돌고래들은 알고 있어요. 그 고유한 엔진의 RPM을 통해서. 그때 이미 경고를 보내면서 막 뛰어오르는거죠. 폐어구나 낚시바늘에 걸리는 경우도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낚시 바늘이 바위에 걸리면 다 끊고 가버리거든요.”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스크류’의 지느러미가 찢어져있다 ⓒ핫핑크돌핀스

고무적인 변화지만 더 나아가야 하니까 

남방큰돌고래의 서식환경이 악화되면서 정부, 지자체도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습니다. 2025년 4월에는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인 신도리 해역(2.36㎢)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해양생태계법 제27조에 따라 보호구역 내에서는 해양생물의 포획·채취·이식·훼손 행위, 건축물 신·증축, 공유수면(공공용으로 사용되는 국가 소유의 수면) 변경, 바다모래채취, 폐기물 투기 등이 제한됩니다. 이야기만 들으면 당장 돌고래의 서식환경이 나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돌고래를 위협하는 낚시나 선박관광은 여전히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커다란 변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이 인간의 행위제한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 행위가 해양생물보호구역 내에서도 그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어업, 낚시, 여가와 오락, 관광 등은 해양생물보호구역 내에서도 아무런 규제 없이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보호구역이라고는 하지만 매립, 준설, 해상 건설사업 등에만 구속력이 있어서 이를 제외한 인간의 활동은 보호구역 내에서도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고 단속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보호구역 내에서 과도한 선박관광은 계속되고 있어요. 대물낚시 등 돌고래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낚시행위도 아무런 제한이나 단속 없이 그대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 낚시통제구역이 10곳이 지정되어 있는데, 대부분 추자도 부근에 지정되어 있어서 실효성이 낮습니다. 해양생물보호구역을 제주 연안 전체로 확대하고, 낚시제한구역을 크게 늘려야 합니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돌고래 구조 전담팀을 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어요.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조약골 공동대표는 당부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해양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 구조와 치료를 주관해온 해양수산부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세종, 울산, 충남 서천 등지에 흩어져 있다보니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제주 현장 상황의 위급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제주도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겠다면서 남방큰돌고래 구조전담팀 구성을 천명한 점은 기본적으로 환영합니다. 다만 전담팀이 한시적인 태스크포스(TF)로 운영되기 보다는 제주 해양동물 구조를 지속적으로 책임지고 맡아서 진행할 수 있도록 영속적인 구조기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주도에서는 예산을 마련하고 인력을 충원하여 구조전담팀의 활동을 전적으로 도와야 해요. 공무원과 전문가 그리고 기존에 구조 노력을 기울여온 시민단체가 모두 합심하여 남방큰돌고래 구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이뤄져아 합니다.”

돌고래들이 마주한 위기에 맞서 핫핑크돌핀스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와 함께 남방큰돌고래의 날을 지정하고, 행사를 이어오고 있어요. 오는 7월 19일에는 🔗제14회 남방큰돌고래의 날 행사가 열립니다.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환영한다는 부제처럼, 우리가 만든 변화는 반기고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거예요. 작년에 이어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신다면 좋겠어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가 2024년 동대문 DDP에서 100명의 남방큰돌고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이 작품들이 이번 남방큰돌고래의 날에 그대로 대정읍 신도리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에서 현장 전시됩니다. 윤호섭 디자이너의 남방큰돌고래 그림들은 전시 작품 자체가 주는 울림이 매우 큰데, 이 작품들과 가장 어울리는 현장에서 전시된다는 점에서 올해 남방큰돌고래의 날은 더욱 큰 감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7월 19일 토요일 오후 3~6시 신도리 도구리알 공원으로 꼭 오세요!”

제14회 남방큰돌고래의 날 행사 포스터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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