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유튜브 채널을 개편한 이유
아름다운재단은 자립준비청년 지원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5년 간 진행해왔다. 주로 웹페이지, 영상, 펀딩, 출판 등을 통해 의제를 확산하는 ‘캠페인’ 방식이었다. ‘자립준비청년’ 이슈를 알리는 데 집중한 결과,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고 정책 개선도 이루어졌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 외에도 아름다운재단하면 떠오르는 캠페인이 많다. 우토로, 노란봉투, 60일의 건강보험증 등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온 캠페인들이다. 특정한 의제를 시민들에게 알리며 변화를 만드는 캠페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재단의 본질적인 역할을 담아낼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사회의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내는지, 재단만의 시선과 관점을 확산하는 것 또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역할과 존재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이 필요했다. 공익마케팅팀이 선택한 새로운 방식은 유튜브였다.
사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온 것이었다. 이미 자립준비청년 이슈만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리뉴얼 될 유튜브 채널은 다양한 사회 이슈를 조명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야기로 재정비했다. 누구도 보지 않았고, 보았어도 잊혀진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누가볼까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누가바로19길이라는 채널명을 붙였다. (19길은 아름다운재단의 주소에서 따왔다)

사회이슈 유튜브 채널 <누가바로 19길> 소개서
사회이슈 유튜브 채널 <누가바로 19길> 준비 시작!
“세 명이 유튜브를 해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유튜브 개편을 준비하며 걱정 반, 격려 반으로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총괄 1명, 기획 1명, 제작 1명으로 꾸려진 3인 체제. 매주 한 편 씩 업로드를 하기 위해, 먼저 연간 플랜을 짜야 했다. 연간 계획표를 펼치고 월간/주간 단위로 쪼개 소재 기획을 준비하기로 했다.
영상 콘텐츠는 시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한 테마가 있는 달(예: 5월,가정의 달 또는 9월, 추석)은 그것에 맞게 소재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사회이슈 채널인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 이슈를 파악해야 한다. 매일 언론/뉴스의 사회 분야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우리와 유사한 사회 이슈 유튜브 채널은 현재 어떠한 콘텐츠를 다루는지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사회이슈 관련 모니터링과 리스트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이슈 소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 할 예정이다.
이제는 소재를 정해야 한다. 소재를 결정하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1. 현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회적 이야기인지? |
이 외에도, 전문가(또는 활동가) 섭외나 촬영 감독님 일정을 맞추는 것도 중요했다. 한 편의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기까지는 엄격한 일정관리, 재단의 공익 사업을 담당하는 타 부서의 협조, 외부의 각 전문가/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였다. 실무자는 3인이지만, 결국 여러 사람과의 힘을 모아 합작을 이루어내는 것이 유튜브였다.
영상 콘텐츠, 어떻게 만들어낼까?
첫 번째 기획은 사회이슈 지식콘텐츠였다. 지난 25년 간, 아름다운재단이 만든 캠페인을 통해 당시 어떤 사회 문제가 있었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보여주는 ‘지식콘텐츠’ 포맷의 영상이다. 역대 캠페인 자료를 샅샅이 찾아보고, 스크립트를 구성했다. 녹음은 밝고 명랑한 목소리를 지닌 팀원이 맡아주었다. 오래전 아름다운재단 선배님들과 기부회원님이 이루어 낸 사회변화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2014년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노란봉투’ 캠페인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담은 ‘노란봉투법’으로 현재까지도 발의 중이다.)

매주, 지식콘텐츠 편집지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김선우 매니저
두 번째 기획, 현재 우리 사회이슈를 조명하는 시리즈다. 그 시작을 무연고 공영장례 3부작으로 준비했다. 우리나라의 ‘무연고 사망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마지막을 애도하기 위해 공영장례에 시민 조문객으로 참석했고, 자신의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연고 사망자가 어쩌면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나의 마지막 순간은 어떠하면 좋을까? 나의 죽음을 고민하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누가 볼까? 싶지만 결국 들여다 보면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
사실, 불안하다. ‘어떤 소재를 선택해야 할까?’, ‘이 소재는 어떻게 기획해야 아름다운재단답게 느껴질까?’, ‘(당사자나 전문가, 공익단체 등) 섭외는 잘 진행이 될까?’, ‘ 촬영장에서 원하는 장면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 기간은 빠듯하지 않을까?’ ‘ 무사히 영상 업로드를 할 수 있을까?’ 영상 한 편의 전체 프로세스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보면, 내심 걱정이 든다. 하나의 과정이라도 변수가 생기면, 다음 소재를 준비해야 하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까.
영상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편 영상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다음 편 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볼까?’, 유튜브 채널 운영관리 페이지로 들어가 시청 시간, 댓글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결국 구독자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우리 사회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곳이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것까지 – 아직 숙제도 많고, 갈 길이 멀다.

오늘도 회의의 연속. 어떻게든 해봐야지!
대부분의 유튜버가 그러하듯, 우리 유튜브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골드 버튼도 받아보고 싶고, 구독자 분들과 재미있는 행사도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이러한 것도 성공이지만 우리 재단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도 또 다른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간, 자립준비청년이라는 하나의 이슈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넓고 얕게, 때로는 좁고 깊게 다양한 사회 이슈를 조명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볼 것이다.
그토록 멀고, 예측 불가능하고, 당장 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우리의 유튜브를 누가 볼까 싶지만(아직은!), 결국 보고 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되도록. 의 골목길에 가로등 불빛을 밝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