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달력을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무얼 하시나요?
여러분은 새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확인하시나요? 올해 설, 추석이 언제인지, 황금연휴는 언제인지 찾으시나요? 저는 우선 제 생일을 확인합니다. 올해 생일은 무슨 요일에 있나 확인하고, 빨간 동그라미를 치죠. 그러면서 ‘올해도 생일까지 잘 살아보자!’ 속으로 다짐도 하고요.
기념일이란 그렇습니다. 빨간 날이든 아니든, 365일 중 한 날을 콕 짚어 기념하고 축하한다는 그 자체로 무척 특별하죠.
공익활동가의 날은 몇월 며칠일까요?
달력을 찬찬히 넘기며 ‘공익활동가의 날’을 찾아보세요. 몇 월 며칠일까요? 아쉽게도 찾으실 수 없을 거예요. 아직까지 그런 날은 없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 수많은 변화의 현장에 늘 함께하는 공익활동가. 우리 모두가 그들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며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보낼 수 있는 하루가 달력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날이 없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2024년부터 지역 곳곳에 있는 다양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7월 첫째주 5일 간을 ‘공익활동가주간’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거든요. ‘공익활동가주간’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활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넓히기 위해 기획된 전국 단위 행사입니다. 달력에 적혀있는 기념일은 아니지만 이때만큼은 의미를 되새기고, 서로 연결되어 응원하는 한 주간을 보내기로 한 거예요.
공익단체와 활동가들에게 진심인 아름다운재단도 2024년부터 추진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했어요. 특히 올해부터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사단법인 시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지리산이음, 한국지원조직네트워크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풍성하고 알찬 1주일을 보냈답니다.
2025 공익활동가주간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올해 공익활동가주간은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렸습니다. 5일 동안 14개 지역에서 32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1890여 명의 활동가가 참여했습니다. 활동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한 끼 식탁을 선물하는 ‘공탁’, 지역 곳곳에서 활동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 나누는 ‘대화테이블’, 건강권과 지속가능지수를 고민하는 ‘토론회’, 연결과 배움을 촉진하는 ‘제주 런케이션’ 등 공익활동가를 위한, 공익활동가에 의한, 공익활동가를 향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행사를 채웠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활동가가 직접 진행한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이번 겨울과 봄,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지켰던 10명의 이야기가 <광장을 만드는 사람들> 이란 제목으로 실렸는데요. (늘 궁금했던) 집회 공간에 안전선을 붙인 활동가, 매주 보도자료를 작성한 활동가, 무대에서 사회를 맡은 활동가 등 광장에서 실무를 맡아 바쁘게 뛴 사람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는 전국 곳곳에서 가지각색 활동을 펼치는 활동가 34명의 삶과 활동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어떤 삶의 순간들이 이 사람들을 공익활동의 길로 이끌었는지, 어떤 보람과 고민이 있는지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34명 활동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현장을 지키고 선 그들의 노력에 고마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동료시민으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익활동가의 날을 만끽하려면
5일 동안 다채로운 자리에서 공익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마치 명절날 오랜만에 모인 친지들처럼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들이 자리마다 펼쳐졌습니다. 서로의 기운을 복돋는 이야기들 사이에는 공익활동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 고민 중 하나는 ‘사회적 인정과 보상의 인색함’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분명히 기여하고 있음에도 ‘공익활동가’를 직업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과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합니다. 마냥 좋은 일 하는 사람들, 경제적 보상은 필요없는 봉사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물론 의미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물질적인 보상보다 활동에서 얻는 만족감이 큰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보람찬 공익활동도 현실적으로 지속할 수 없죠. 공익활동가주간은 공익활동가들의 수고를 서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이들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시민사회 너머 더 많은 시민들이 공익활동가주간이 시작된 이유에 공감하고, 함께 마음을 보태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꾸준히 모여 7월 첫째주마다 복작거리다 보면, 언젠간 이 주간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이 더 늘어날 수 있겠죠. 그때가 되면 달력에서 ‘공익활동가의 날’도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공익활동가의 날이 상쾌한 공기에 하늘이 파란 가을로 정해지면 좋겠어요. 좋은 날씨에 모두 야외로 소풍갈 수 있게 말이죠.)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도 공익단체와 활동가의 곁에서 건강한 공익활동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때까지는 우리, 7월 첫째주 공익활동가‘주간’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