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허에 시동을 걸다

2015년, 사회복지 전공의 대학생이던 저는 취업 준비를 위한 운전면허를 취득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사회복지 전공자라면 운전면허증 획득은 필수적인데요. 사회복지사에게 운전면허가 필수적인 이유는 복지관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채용에 유리하기 때문이예요. 경차, 승합차, 특장차 종류별로 다양해서 1종 보통이 일반적입니다.

일단 해보자라는 도전적인 성향이라 냅다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하고, 운전대를 잡아보기도 전에 시동이 꺼지면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운전면허 취득은 필기, 기능시험, 도로주행 3단계로 진행됩니다.

사실 저는 운전면허 따는게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필기시험은 당일 몇시간 공부하고 바로 응시해도 합격할 수 있는 난이도였어요. 이때만 해도 빨리 운전대를 잡고, 엑셀을 밟고 싶었죠. 운이 좋게도 저는 3단계를 모두 한 번에 합격했어요. 제가 응시하던 해에는 기능시험에 악명 높은 ‘ T자 주차’가 포함되지 않았고, 도로주행은 시동을 2번 정도 꺼먹었지만 70점 턱걸이 점수로 통과했어요.

면허시험 응시표와 생애 첫 운전면허증

면허시험 응시표와 생애 첫 운전면허증

차분함이 키워 준 나의 운전 실력

이렇게 잘 따놓은 운전면허증은 장롱에 고이 모셔두다가 2017년도에 빛을 발합니다.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운전 실력이 저절로 생기는건 아니더라구요. 저의 첫 직장은 종합사회복지관이였습니다.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사가 되었지만, 제 역할은 책상 앞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후원 물품 수령부터 어르신들과의 나들이, 아이들과의 사회사업,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을 위한 현장을 오가야 했죠. 그 모든 길에는 ‘운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했습니다.

운전을 시작해야하는데 막막할 때, 총무팀 사회복지사였던 저는 같은 팀원인 시설안전관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도로 연수를 받습니다. 운전면허 학원 이후로 저의 첫 운전 멘토였죠. 무심한 듯 창밖을 내다보시며 “잘하고 있어요~” 한마디가 운전면허학원 당시 선생님과 비슷하게 차분하고 든든한 성향이었습니다. 덩달아 저도 차분한 성향이라 긴장감도 풀리고, 브레이크와 엑셀 사이의 발놀림에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첫 직장에서 재직하던 1년 7개월 동안 저는 초보운전에서 ‘프로 운전러’로 거듭나 있었죠. 운전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스킬이 아닌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 제 삶의 성장 발판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시절 사원증

사회복지사 시절 사원증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

사회초년생 시절, 자차가 없던 초보운전 시절에는 차량 렌트 서비스를 자주 애용했는데 남편과 연애 시절 갔던 부산 여행에서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 가장 떨렸던 기억이 남아요. 하필 정말 높다고 소문난 부산대교가 경로 중 제 눈 앞에 나타난 것이죠. 고소공포증과 커브길 경험 부족으로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첫 운전대를 잡았을 때보다 더 무섭고 떨렸어요. 이 날을 계기로 운전으로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옆자리에서 남편이 무심한 듯 저를 믿어주고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 덕분이죠. 남편은 저의 또 다른 운전 멘토이기도 해요. 덕분에 차량 관리나 주행에 관련된 지식을 많이 키웠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 저곳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 저곳

2020년, 결혼을 하면서 자차가 생기고 운전에 더 능숙해질 수 있었어요. 제 삶의 반경은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운전을 배우고 나니 기동력이 좋아졌어요.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종로구까지 도로를 출퇴근하는건 물론, 남편이랑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디든 떠났습니다. 가족들과 여행, 친구들과 캠핑, 동료들과의 한강 나들이처럼 짐이 많아도, 거리가 멀어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죠.

운전이 일상이 되면서 작년 출산 이후에도 기동력 있는 엄마로서 아이가 아플 때에도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고, 다양한 장소와 새로운 경험을 마음껏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3살 딸을 둔 제 친구도 운전을 시작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인근 쇼핑몰을 목적지로 제가 운전연수도 해주었죠. 어느덧 저도 누군가에게 운전을 알려주고 있다니 이 정도면 프로 운전러라 할 수 있겠죠?ㅎㅎ

카시트에 탑승한 아기

아기랑 단 둘이 운전해서 첫 외출했던 날

10년차 프로 운전러의 고백

어느덧 운전 면허를 취득하고 10년이 지나 올해 5월 운전면허증을 갱신했어요. 그동안 저는 무사고에 벌점 0점을 자랑하는 운전 고수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운전에 대한 장점만을 이야기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단점도 있습니다. 내가 안전운전을 한다 해도 도로 위에는 늘 예상할 수 없는 변수와 위험이 있으니까요.

저도 세번의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어요. 장보러 마트에 갔다가 다른 차가 차량 우측을 치고 갔던 사연, 점검을 맡긴 렉카차에 끌려가던 차가 반파된 사연, 가장 최근에는 강원도 지역에 여행을 갔다가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동력기가 고장났던 사연까지. 정말 아찔했던 순간들이었지만 향후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들이 쌓이게 되었답니다. TMI로 러시아워 출퇴근길에 성격이 급해지거나 매너 없는 운전자로 인해 혼잣말과 화가 많아질 수 있는건 덤ㅎㅎ

갱신한 두 번째 운전면허증

갱신한 두 번째 운전면허증

그럼에도 누군가가 “다음 생애도 운전대를 잡을거야?”라고 묻는다면 천번이라도 그렇다고 말할거예요. 그만큼 운전은 제게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동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누구나 떨립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는 시간들이 쌓이다보면 그 두려움은 곧 자신감으로 바뀔거예요. 지금 마음 속에 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꿈이나 장롱 속에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이 가장 운전을 시작하기 좋은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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